2024.09.01.자 블로그 글 백업)
https://blog.naver.com/cowjd0423/223568352533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필립 K. 딕
오늘도 뻘소리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내가 SF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SF를 좋...
blog.naver.com
오늘도 뻘소리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내가 SF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SF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학문적/글적 소양은 정말 부족한 편이라서...
놀랍게도 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소설도 여태껏 보지 않다가 몇 달 전에서야 펼쳐 보았는데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들 놀라더라고요?
저도 놀랍습니다... 어쩌다가 제가 그렇게 SF 매니아 같은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는지...
그냥 안드로이드, 우주 탐사,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소재를 깊은 생각 없이 좋아하기 때문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소설은 말마따나 몇 달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제 집중력 이슈로 인해 잠깐 덮어 두었다가 9월 1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다시 펼쳐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는 옛날에 보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읽고 나니까 역시 영화도 보고 싶어지는 플롯...
엄청난 긴박함이라거나, 기승전결에 있어 딱 떨어지는 완벽한 마무리감이 있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여운도 남는 편이고... 영화로 만들기에도 어느 정도 액션감(ㅋㅋ)이 있다고 생각되고, 특정 부분에서는 마음을 졸이면서 읽게 되기 때문에 기대가 되네요...
참고로 전 블레이드 러너의 줄거리를 전혀 모름ㅎㅎ
스포하지 말아주세요...
아래부터는 늘 그랬듯이 독후감이 이어집니다

당신은 아무리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고 하더라도, '그들로 하여금 인간이 절대 될 수 없게 만드는' 결함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 소설은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에 하나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감정이입>이다.
〈감정이입〉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궁금해하는 것처럼, 그도 감정이입 측정 검사에 직면할 경우 안드로이드가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감정이입이란 오로지 인간 공동체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반면, 지능은 어느 정도까지는 모든 문門과 목目에서(심지어 거미류도 포함해서) 발견되었다. 어쩌면 감정이입 능력이 손상되지 않은 집단 본능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략) 그러니 인간형 로봇은 단독형 포식자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릭은 안드로이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을 즐겼다. 그러면 그의 일도 바람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앤디를 퇴역시키는(즉 죽이는) 일은 머서가 내놓은 생명의 법칙을 위배하는 일이 아니었다. 너희는 오로지 살해자만을 살해할지니라.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최종 세계대전이 발발한 결과로 방사능 낙진이 온 세상을 뒤덮고, 많은 사람들이 식민 행성인 화성으로 이민을 떠난 시점. 기분 조절 오르간으로 손쉽게 감정을 뒤바꾸고, 감정이입 장치를 통해 '윌버 머서'라는 존재를 비롯하여 장치에 접속한 모든 사람들과 모든 감정을 공유하는 '머서주의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사회. 지구에는 도주한 안드로이드(앤디)들을 뒤쫓아 '퇴역'시키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인공 릭 데카드는 자신의 선임을 대신하여 도주 안드로이드들을 쫓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최신형 기종인 넥서스-6을 퇴역시키기 위해 보이트 캠프 검사 척도를 사용한다. 보이트 캠프 검사 척도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 반응을 측정하여 안드로이드를 인간과 구분한다.
"당신네 안드로이드들은," 릭이 말했다. "압박을 받을 때에는 확실히 서로를 감싸주려 하지 않는군요."
갈랜드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내 생각에도 당신 말이 맞아. 우리에게는 당신네 인간들이 보유한 그 특정한 재능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거든. 내가 보기에 그건 바로 감정이입이라고 부르는 거야."
안드로이드들은 제각기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루바 루프트가, 갈랜드가, 그리고 레이첼 로즌이 그랬듯이 대개 '20억 년에 걸쳐서 살아가고 진화하라는 압력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던 진짜 유기체도 체득하지 못한 태도'를 지녔다. 소설은 그것을 전형적인 체념이자 기계적이고 지적인 납득이라고 묘사한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다른 안드로이드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드러난다. 과연 평범한 인간이라면, 자신을 죽이려는 자 앞에서 후두부를 쏘라고 친절하게 말해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나는 그러한 '체념하지 않는 인간'이 바로 현상금 사냥꾼 필 레시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견 무자비할 정도로 안드로이드에 대한 강한 증오를 보이며 갈랜드와 루바에 대한 퇴역을 집행하는 자이다. 갈랜드의 말에 의해 릭에게 안드로이드로 오해받고 스스로도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지만, 자신의 의무이자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레이첼 사건 이후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분노를 비롯한 일종의 부정적인 정서들이며, 그의 감정적인 면모는 '레시가 실제로 다람쥐를 키우고 있고 자신이 안드로이드로 밝혀져 사망할 경우 그것을 릭에게 증여하길 원한다 말하는 장면'으로도 드러난다.
그와는 달리 감정이입이 결여된 안드로이드들이 이룰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머서교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융합'이다.
〈머서교〉
"내가 어떻게 자네를 구원할 수 있겠나?" 노인이 말했다. "내가 나 자신조차도 구원할 수 없다면?" 그가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모르겠나? 이 세상에 구원이라곤 없어."
"그렇다면 이 일은 무엇을 위한 거죠?" 릭은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계신 거죠?"
"자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지." 윌버 머서가 말했다. "자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여기에 자네와 함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네. 가서 자네의 임무를 행하게. 비록 그게 잘못이라는 걸 자네도 알기는 하겠지만 말이네."
(중략)
노인이 말했다. "어디로 가든지 자네는 잘못을 행할 수밖에 없을 걸세. 그것이야말로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니까. 즉 자네는 자신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은 언젠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거야. 그것은 궁극의 어둠이고, 창조의 패배지. 이것이야말로 저주의 작용이라네. 모든 생명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저주지. 우주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고."
머서교를 이끄는 지도자, 윌버 머서는 감정이입 장치를 사용하면 만날 수 있는 수수께끼의 존재이다. 그는 누더기 차림으로 거대한 언덕을 끝없이 오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일당들이 그를 향해 끊임없이 던지는 돌멩이를 맞는 고통을 겪는다. 그의 추종자들은 감정이입 장치를 통해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과 융합되며, 서로가 서로의 안에 있다는 일종의 일체감을 얻는다.
로이 바터는 이러한 머서교의 융합을 인공적인 방식으로 이루기를 희망했고, 여러 약물을 통해 그것을 시도한 안드로이드이지만 실패했다. 머서교의 경험과 <감정이입>은 인간들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남았고, 이러한 사실에 불만을 가진 안드로이드들은 동료 버스터 프렌들리의 입을 빌려 '머서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고, 그가 실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가 오르고 있던 언덕과 돌멩이는 전부 세트장의 가짜일 뿐이었음'을 폭로한다.
"…그것도 사실이지. 그들은 훌륭하게 일을 해냈고, 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버스터 프렌들리의 폭로는 설득력이 있었어. 그들은 왜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데 골치를 앓을 걸세. 왜냐하면 자네도 아직 여기 있고, 나도 아직 여기 있으니까." (중략) "나는 방금 자네를 무덤 세계에서 들어 올렸지. 나는 계속해서 자네를 들어 올릴 거야. 자네가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만두고 싶어 할 때까지. 하지만 자네는 나를 찾는 일을 그만두어야만 해. 내가 자네를 찾는 일을 절대 그만두지 않을 테니까."
"머서." 그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저 앞에 그림자처럼 시커먼 형체가 꼼짝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윌버 머서! 당신인가요?" 이런, 세상에. 그는 깨달았다. 저건 내 그림자야. 여기서 벗어나야만 해. 언덕을 내려가야 해!
그러한 폭로에도 불구하고 머서는 순순히 진실을 시인하며, 사람들은 여전히 감정이입 장치를 사용하고, 릭은 여섯 명의 안드로이드를 모두 퇴역시키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뒤 황야에서 머서와 융합되는 경험을 겪는다.
이렇듯 기묘한 머서의 정체는 릭이 로이의 경보 장치에 걸렸을 때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로서 머서를 마주했을 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릭이 '그러면 전 이제 머서교에서 추방된 겁니까?'하고 묻는 모습은 그가 '두 번 다시 머서와 융합할 수 없을 것'을, 즉 머서교의 '너희는 오로지 살해자만을 살해할지니라'라는 교리를 어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머서는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일을 반대하는 것이고, 인간의 고유한 감정이입 능력과 맞닿아 있는 것이며, 적대자들로부터 쫓기면서도 필연적으로 잘못된 길로 향하는 우리를―생명을 계속해서 찾아다니며 무덤 세계에서 들어올리려 하는 존재로, '나 자신'에 내재된 일종의 인간성의 형상화인 것이다.
감정 마비를 겪는 정신분열증 환자, 넥서스-6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안드로이드는 인간성이 결여된 일종의 '살해자'처럼 묘사된다. 릭에 의하면 살해자는 살해되어 마땅한 존재이지만, J.R. 이지도어는 '더 이상은 아무도 의도적으로 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독백한다. 와중 프리스는 이지도어에게 화성에서 지구로 도주한 자신들의 여정을 '동부 연안에 있는 어느 정신병원에서의 탈출'이라고 묘사하며, 자신들을 정서적 생활에 결함이 있는, 일종의 감정 마비와 집단 환각을 겪는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설명한다.
릭이 경보 장치를 통해 본 환각 속에서, 머서는 릭에게 그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가르는 기준이 단순한 감정이입 능력과 그로부터 명명되는 '인간성'이라면, 감정이입 능력이 결여되는 병리적 증상을 겪는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에 대해서도 '퇴역'시킬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나?
이러한 화제는 소설의 전반부에서도 던져진 바 있지만, 진지하게 논의되는 대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낮은 확률'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넘어갔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소설에서 동물은 일종의 사치품이며, 부의 상징이자 평범한 인간이라면 손에 넣을 수조차 없는 것으로 누구나 소유를 선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그럴 만한 감정적 능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트 캠프 검사를 실시할 때 대부분 동물과 관련된 질문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안드로이드라면 당연히 전기양의 꿈을 꾸지 않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로이가 머서교를 모방한 안드로이드 간의 인공적인 융합을 희망했던 것, 인간들이 진짜 동물 대신 가짜 동물을 사서 체면치레를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책 제목의 '전기양'은 안드로이드가 가짜라도 괜찮으니 원했던 인간성은 아닌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레이첼이라거나 루바라거나,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를 못 하게 된 독후감이네요...
그래도 제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캐릭터는 역시 필 레시인 것 같은데,
저는 이 캐릭터가 정말 안드로이드인가? 하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얘도 자기가 안드로이드라고 진심으로 의심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래서 너무나도 괴로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하는 게 (아마 레이첼 때문에 빡쳐서였던 것 같긴 한데) 너무 불쌍해서 약간 마음이 좋지 않았음...
저는 늘 말하지만 안드로이드가 가짜라도 인간성을 보일 수 있다면 인간으로 취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왜냐하면, 저희의 감정도 실재하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서 안드로이드는 감정이입 능력이 없고 그래서 인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결국 릭 데카드가 모든 넥서스-6을 죽여버리고 말았다마는...
감정마비 환자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을 완전히 '인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릭은 어느 순간부터 안드로이드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짜 동물이라고 믿었던 두꺼비의 배에서 제어판을 찾아낸 뒤 죽어버린 진짜 염소를 대신해 그것을 키우기로 마음먹죠
물론 이건 그와 아내 아이랜이 인간이기 때문에, 기계를 거두어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로이 바터를 비롯한 안드로이드들도 인간성과 감정이입으로부터 오는 융합의 경험을 선망했고, 그들이 그것을 체득할 수 없음에 절망했음을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의 안드로이드들은 단순히 그들이 그렇게 만들어졌을 때 의도적으로 삽입된 결함에 의해, 인간으로 명명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느껴지네요
시설에 영구히 격리되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고 묘사된 감정마비 환자들처럼 말이죠
이것 또한 일종의 퇴역인 것임...
아무튼 읽으면서 계속 가슴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명작은 명작임을 느꼈습니다...
끝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3) | 2024.11.25 |
---|---|
서던 리치 3부작 - 제프 밴더미어 (5) | 2024.11.24 |